8월말 여름휴가 1일차_ 경주
한달반이 지나서야 여행 포스트를 올리려다보니
역시 생생한 기억이 많이 옅어졌다ㅜㅜ
우리 나이대에 경주는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지였다.
나 역시 고등학교 1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그런데 수학여행으로 갔던 경주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불국사 석굴암은 봤었던 것도 같고 뭐 그 정도...
그리고 그 이후에 아빠 엄마와 셋이서 경주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어렸을 때 앨범을 뒤져보니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여수를 거쳐 남해안 바다를 돌아 부산에 갔다가 경주에 방문했었다.
버스가 내려주는 대로 단체로 우르르 다녔던 수학여행이 아니다보니
그래도 가족여행으로 갔던 경주는 드문드문 기억이 있다.
그때의 경주에 대한 인상은 이러했다,
감탄이 일지 않는 다소 따분한 유적지,
그리고 음식이 맛없는 관광도시.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경주가 핫한 관광지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기 시작했는데
한번 관심을 갖고 봤더니 경주라는 도시가 내가 알던 경주가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오래된 방문 기억을 쇄신할 겸
언제 기회를 봐서 경주 여행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하지만 여름휴가로 경주를 갈 생각은 없었다^^
경주 또한 여름 더위가 유명한 곳이었기에...
봄이나 가을에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둘 다 며칠을 연이어 휴가내기가 쉽지 않은 시즌이라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8월말 아주 여름 끝물에 가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올해 여름휴가지를 경주(그리고 근처 포항까지)로 정했는데
...... 8월말까지 이렇게 더울 줄이야ㅠㅠ
기온이 내려가길 계속 기다리다가
여행날짜 즈음하여서는 어쩔 수 없겠다 싶어 그냥 체념하고 있었는데
휴가 바로 그 주에 일본에 큰 태풍이 상륙하여
그 영향으로 경주에도 비 예보와 함께 강풍주의보가 갑자기 발효되었다.
지도 보면서 효율적 동선을 고려하여 기껏 3박4일 스케줄을 짜 놓았더니
날씨 때문에 다 어그러진...
그냥 그날그날 날씨 보면서 일정 변경하며
주요 목적지 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날씨가 여러 모로 도와준 여행이기도 했다!
일단 많이 덥지 않아서 돌아다니기 수월한 편이었고
평소에 못 보던 그림의 바다를 만나기도 했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은 데다가 휴가철이 막 끝난 시즌 평일에 갔더니
북적이지 않아 이 또한 너무 좋았다.
친구들이랑 아침일찍 베트남 나트랑으로 여행가는 아들을
새벽 2시에 심야공항리무진 정류장에 데려다주고
우리도 새벽 4시반에 경주로 출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경주 남산을
경주 여행에서 꼭 가고 싶었다.
(경주시에 미리 신청해서 받은 관광책자를 보니
남산 등반 코스가 꽤 다양했다.
시간을 들여 인터넷에서 오래 찾아보지 못하고
책자 보면서 그냥 괜찮을 듯한 코스를 골랐는데
나중에 후회했다. 이유는 나중에...)
첫째날이 비올 확률이 그나마 제일 낮아서
첫날 경주 도착하자마자 바로 가기로 했다.
남산탐방길코스 초입의 월정교에 도착.
이제 본격적으로 등반 시작!
화백정과 前삼화령을 지나 도착한 불곡마애여래좌상_
전망 좋은 금오정에 도착_
이곳은 좀 요상한 설화를 갖고 있는 상사바위_
3시간만에 드디어 금오봉 도착!
불상들이 많다고 하는 삼릉계곡 쪽으로 하산하려 했는데 그쪽 길이 하필 막혀 있는ㅜㅜ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그냥 삼불사 쪽으로 내려갔다.
게다가 비마저 떨어지기 시작...
하산길의 삼불사_
경주 남산은 솔직히 기대 대비 좀 아쉬웠다.
코스 선택을 잘못 한 듯 싶었다.
우리가 택한 코스가 생각보다 불상 등 볼거리가 많지 않고
게다가 공사 때문에 삼릉계곡 쪽으로 못 내려와서
그닥 별로 본 것 없이 재미없게 등하산을 5시간 동안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칠불암 코스나 삼릉골 코스를 택했어야...)
경주콩국과 콩국수로 늦은 점심 간단히 먹고~
남산 아래에 있는 삼릉숲으로 이동~
삼릉은 나중에 간 오릉과 비교해 보면
왠지 유배지 왕릉 같은 느낌…
삼릉숲은 능보다는 소나무숲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구불구불한 나무들이 어지러이 뻗어있는 모습이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그루 아빠는, 마음 심란하게 하는 모양새라고.
그 다음 목적지는 인근에 있는 포석정_
옛날에 아빠엄마와 함께 갔었던 때의 기억으로는 꽤 컸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보니 진짜 작았다.
술잔이 떠내려가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시며 풍류를 즐겼대는데
물길이 너무 짧은 거 아니오...
여기는 오릉숲_
생각보다 훨씬 좋았던 곳이었다.
워낙 관광명소들이 많으니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닌 듯 싶은데
나는 꼭 추천하고 싶은 곳 중의 하나~
박혁거세와 부인, 그리고 초기 왕릉이 있는 오릉은
능도 멋있고 정원도 예뻤다.
또 사람이 없어 고요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너무 편안한 마음이 들게 했던 곳.
해지기 전 서둘러 향한, 남산 윗쪽 자락에 있는 이곳 '서출지'는
이러한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곳은 원래 계획에 없다가 당일 오전 이동 중에 지도 보던 중 즉석에서 정한 거였는데
우리가 간 때가 마침 배롱나무와 연꽃이 한창이어서
예상보다 훨씬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따로 울타리도 없고 그냥 동네에 더불어 있는 연못인데, 정말 숨은 명소!
전체적인 분위기는
소박한 정자에 배롱나무와 연꽃 못이 어우러져서
강릉 선교장의 '활래정'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
한돈구이와 소맥으로 저녁먹은 뒤 소화도 시킬 겸
첨성대 야경보러
우산쓰고 한참을 걸어 황리단길로 향했다.
어릴 적 기억인지라 첨성대가 이렇게 작었었나 싶고^^
시시각각 변하는 컬러 조명을 입으니 첨성대가 더 예뻐졌다~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늦은 시간이서인지
한적한 황리단길…
첫날 무려 37,000보 20km 걷다!